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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뉴스룸/권재현]김기덕 영화가 불편한 진짜 이유 | 2012년 09월 13일 10시 55분 02초
조회수 : 1752  
그 사람이 정말 황금사자상을 받을 만한 감독이에요?

베네치아에서 들려온 낭보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다. 처음엔 문화부에 오래 근무했고 영화 담당 기자도 해 봤으니 뭘 좀 알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순진하게 답했다.

그럼요, 김기덕 감독이야말로 세계 3대 영화제 대상을 수상할 가장 유력한 한국 감독이었어요. 3대 영화제에서 외국 영화기자들에게 한국 영화감독 중 누구의 영화를 좋아하느냐 물으면 십중팔구는 김기덕이에요.


그러면 수긍할까. 천만의 말씀. “그래요?”나 “글쎄요” 하고 말끝을 흐리면 다행이다. 정색하고 “그게 아니라 정말 김기덕 영화가 그렇게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이쯤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애당초 그들은 정답을 요구한 게 아니었음을. 그들의 질문은 베니스의 선택을 무조건 반길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불편함을 표현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경의 표출이란 것을.

그에 대한 외교적 응대는 “그 사람 영화가 좀 세긴 하죠”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김기덕 영화 하면 떠오르는 ‘날것’의 이미지를 혐오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타인의 취향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대상 수상을 ‘취향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될까. 어떤 이들은 이런 딜레마를 “수상작인 ‘피에타’가 과거 영화에 비해 원숙해지고 대중적으로 바뀌었다”라는 식으로 돌파하려 한다. 구차한 핑계다. 원숙함으로 치자면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디 워’ 이전까지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있다. 대중친화성 면에선 ‘빈집’과 그가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는 영화다’가 있다.

피에타는 오히려 전형적인 김기덕 영화다(흥미롭게도 피에타는 그의 ‘18번’째 영화다). 벌거벗은 폭력과 근친상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의 묘사엔 여전히 비린내가 진동한다. 자신이 직접 출연한 전작 ‘아리랑’에서 김기덕은 “내 영화의 본질은 가학과 피학 그리고 자학의 삼각관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피에타는 이를 명징하게 구현한다. 채무자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는 강도(이정진)가 가학의 왕자라면 복수를 위해 엄청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감내하는 ‘엄마’(조민수)는 피학의 여왕이다. 두 사람의 ‘핏빛 왈츠’는 자학을 통한 구원으로 귀결된다.

영화예술은 본질적으로 ‘훔쳐보기의 욕망’에 기초한다. 비가시적인 것을 어떻게든 가시화하려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금기의 영역인 에로스(성)와 타나토스(죽음)의 세계를 탐미적으로 시각화하려 한다. 하지만 이를 적나라하게 노출하면 관객이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유려한 영상’이니 ‘절제된 연출’이니 하는 당의(糖衣)를 입힌다.

김기덕 영화의 진가는 그런 위장, 포장, 화장을 거부하고 ‘날것’ 그대로의 영화미학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데 있다.

그를 통해 거꾸로 이 세계가 가학적인 성과 폭력에 얼마나 물들어 있는지, 우리가 그것들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폭로한다. 또한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을 치유하고 용서하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드러낸다.

김기덕 영화의 불편함은 여기서 발원한다. 그것은 취향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미학 본질의 문제다. 또한 그의 영화가 영화를 통해 위락을 얻으려는 대중과 그의 영화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다.

권재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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