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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슬픔은 기쁨을 완성한다 | 2015년 08월 11일 12시 37분 55초
조회수 : 721  
최근 개봉된 미국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15번째 작품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상상하는 모든 걸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무서운 창의력에 기절초풍하게 된다. 자녀가 창의적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대치동 여름특강에 보내는 것보단 이 영화 한 편을 보여주는 게 낫다.

줄거리는 한 줄.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 온 소녀가 마음속 불안을 겪으며 가출 충동에 사로잡힌다’는 얘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녀의 뇌 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까칠이(disgust)’ ‘버럭이(anger)’ ‘소심이(fear)’ 등 다섯 감정친구들이 있어 소녀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동분서주한다.

이 영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 재미로만도 훌륭하지만 설정 하나 하나를 파고들어 의미를 곱씹어 보면 철학책 세 권 분량의 깨달음과 메시지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자, 지금부터 이 영화 속 놀라운 디테일과 숨은 의미를 단계별로 밝혀드린다. 자녀가 만약 다음처럼 질문해온다면?

먼저 1단계. 아이가 “엄마, 왜 기쁨이의 몸 모양만 이상해요”라고 물어온다면? 놀라운 관찰력을 칭찬해주시라.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공인 기쁨이의 몸 윤곽선만 흐릿하고 불분명하다. 또 기쁨이가 움직일 때마다 요정 팅커벨이 뿌려대는 빛가루와 비슷한 황금가루가 주위에 미세하게 뿌려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의 몸 경계선은 또렷한 설정과는 분명 다르다.

바로, 기쁨이라는 감정의 확장성을 암시하려는 것. 슬픔, 혐오, 분노, 공포의 감정과 달리 기쁨은 주변도 그렇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엘라 윌콕스의 시 ‘고독’의 첫 대목이자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인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만 보더라도 기쁨의 전파력을 실감하게 된다.

그럼 2단계. 만약 아이가 “엄마, 기쁨이와 슬픔이의 머리칼 색깔이 왜 똑같이 파란색이야”라고 묻는다면? 이때 “뭔 헛소리야? 그런 관찰력으로 공부했으면 3년 전에 전교 1등 했겠다”라고 쏘아붙이면 영화 속 소녀가 아니라 내 아이가 가출할지도 모른다. 이땐 다음 같은 감명적인 답변을 해준다.

“바로 기쁨과 슬픔은 철천지원수 관계가 아니라 자매나 형제처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절친한 사이임을 영화가 남모르게 말하려 했던 것 같아. 영어권에서 푸른색(블루)은 ‘슬픔’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기쁨이의 머리색을 슬픔이처럼 푸르게 한 설정을 통해 ‘기쁨의 근본은 슬픔’이란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구나. 영화 내용을 되짚어볼까. 소녀에게 행복을 되찾아주는 결정적인 존재는 기쁨이가 아니라 결국 슬픔이라는 사실이 정말 절묘해! 소녀가 극한의 슬픔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지. 기쁨을 완성하는 건 슬픔이란다. ‘가왕’ 조용필 님도 ‘꿈’이라는 히트곡에서 ‘괴로울 땐 (억지로 기쁜 노래를 부르기보단) 슬픈 노래를 부른다’고 노래하셨지. 요즘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들 같았으면 ‘요! 슬퍼? 진짜 슬퍼? 요! 마더파더 슬픔. 개나 줘버려. 씹어 먹어버려. 토해버려’ 같은 랩을 따발총처럼 쏴대며 슬픔과 전쟁을 벌였겠지만.”

마지막으로 3단계. 아이가 만약 “소녀의 엄마와 아빠는 눈동자가 모두 갈색인데, 왜 소녀만 푸른색이지요”라고 묻는다면? 이런 아이의 관찰력은 능력이 아닌 질환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므로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요구된다. 이건 관찰이 아니라 도착 수준.

서양인의 경우 부모의 눈동자가 모두 갈색일 때 자녀도 갈색일 확률은 75%, 녹색일 확률은 19%, 푸른색일 확률은 6%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전적으로 볼 때 푸른색 눈동자는 우성인 갈색에 밀리는 열성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녀는 부모(혹은 부모 중 한 명)의 친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놀라운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곰곰이 생각해보니 영화에선 소녀가 부모의 친자라는 설명이 전혀 없다).

이건 정신병 수준의 비약이라고 비난할 분도 계시겠으나, 만약 영화가 이런 메시지를 서브텍스트(숨겨진 의미나 개념)로 숨겨놓은 것이라면 진정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혈연으로 묶이지 않더라도 가족 사랑은 여전히 따스하고 영원함을 비밀스럽게 증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허걱.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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