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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인생은 직진이야! | 2014년 08월 09일 13시 27분 50초
조회수 : 1806  
“강동원. 개조으다.”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본 한 공부 잘하는 여중생이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로 올린 촌평이다. 신세대 사이에서 ‘개’는 ‘매우’란 뜻의 은어이고 ‘조으다’는 ‘좋다’는 뜻. 결국 ‘강동원, 정말 좋아요’란 말이다. 이 여중생과 함께 ‘군도’를 본 또 다른 공부 못하는 여중생은 카톡 프사(프로필 사진)로 ‘동원참치’ 캔 사진을 올리고는 이렇게 썼다. “참치 완전 쩔어.” 여기서 ‘동원참치’는 ‘강동원’을 딴에는 비밀스럽게 표현한 상징물. 거기에 ‘쩐다’는 ‘매우 대단하다’란 뜻의 은어이므로, 이 말은 ‘강동원, 대단히 멋지다’란 의미다. 이 여중생이 굳이 ‘강동원’이란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는 100일 넘게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질투심과 소유욕이 워낙 강한지라 남자친구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강동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강동원도 아마 멋쩍어 하리라. 올해로 33세인 그를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여중생들이 ‘삼촌’이나 ‘아저씨’가 아닌 ‘오빠’로 부르며 뜨거운 팬덤을 형성하는 이 기이한 현상을 말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강동원이 튼 상투가 상대의 칼날에 잘려 나가면서 긴 머리가 처녀귀신처럼 늘어져 내리는 장면은 압권. 여성 관객들은 “끼야아”도 아니고 “아아아”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신음성 탄성을 내지르는데, 이는 4년 전 ‘아저씨’란 영화에서 원빈이 웃통을 드러낸 채 거울을 바라보며 바리캉으로 자신의 머리를 밀어내는 순간 여성 관객들이 내지른 소리와 흡사한 일종의 ‘광신도적 현상’처럼만 느껴진다. ‘군도’를 개봉할 당시만 해도 이 영화의 주연은 하정우였고 그는 ‘슬픈 사연을 가진 악역’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건만, 막상 개봉을 하고 나니 대중은 “강동원이 진짜 주인공”이라면서 도포자락 휘날리며 살인귀처럼 칼을 휘두르는 이 남자의 묘한 모습에 열광하는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친 강동원이 이렇듯 성공적으로 은막에 복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더러운 땅에 연꽃이 피어나는 것은 신의 뜻인가 연꽃의 의지인가”라는 영화 속 그의 명대사처럼 이것은 단지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 아니다. 사내다운 정면승부를 선택한 그가 의지로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인 것이다.

야리야리한 외모와 달리 그의 내면은 ‘상남자’임을 나는 오래전에 알았다. 10여 년 전 그를 인터뷰하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질문에 대한 답을 툭툭 내놓는데, 이건 꾸밀 줄도 모르고 잘 보이려고 하는 투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직진’이었다.

“여자친구 있어요?”(기자) “네.”(강동원)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기자)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악당이지만 깊은 내면을 가진 캐릭터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강동원) “예를 들어 어떤 할리우드 영화를 말씀하시는 거죠?”(기자) “죄송합니다. 제가 영화를 많이 안 봐서요.”(강동원)

놀랍게도 강동원이 최근 출연한 영화를 살펴보면 그는 스타일 좋은 미남 배우가 흔히 걷는 길과는 다소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그놈 목소리’)에 잔인한 유괴범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센’ 톱 배우 송강호와 연기력을 겨루는 ‘의형제’도 주저 없이 선택했다. 이번 ‘군도’도 송강호와 티켓파워 1, 2등을 다투는 배우 하정우와 연기력이 비교될 수 있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임이 불 보듯 뻔했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송강호와도 하정우와도 붙어 보겠다’는 승부근성이 그를 ‘미남 배우’가 아닌 ‘배우’로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흥행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영화 ‘명량’의 성공 비결도 정면승부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영화의 흥행 광풍을 두고 “진정한 리더가 부재하는 이 시대 덕분”이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해석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언제 개봉해도 ‘터질’ 영화다. 이 영화는 팝콘을 씹으며 보기에도 미안할 만큼 진정성이 차고 넘친다.

‘명량’을 나는 두 번 보았다. 처음 볼 때는 명량해전이 펼쳐지기 전까지의 1시간이 영 지루해서 졸았다. 이 ‘잃어버린 1시간’을 되찾기 위해 재차 보았지만, 똑같은 부분에서 똑같이 또 졸고 말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명량’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 중장년 관객 대부분은 감동을 먹어 벌겋게 상기되거나 울먹울먹한다. 왜일까?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장 한 시간에 걸친 후반 전쟁 장면 덕분에 앞의 지루함을 홀라당 까먹어 버리는 까닭이다.

이 영화는 어떤 트릭도 없이 그저 앞으로만 직진하는, 무모할 만큼의 진정성을 가졌다. 그 흔한 ‘섹시녀’도 없고, ‘유머’도 없으며, 한국영화 흥행의 필수 요소라는 ‘멀티 톱’(여러 명의 주연급 캐릭터를 두는 것)도 없고, ‘울어라 울어라’ 하며 감동을 부채질하는 신파 대사도 없다. 알고 보면, 오로지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이순신이 있을 뿐인 이 영화의 태도 자체가 ‘이순신’인 것이다. 손쉽게 가지 않고 둘러서 가지도 않은 채 지난한 정면승부를 선택한 이 영화의 용기야말로 영화 속 이순신의 대사처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딱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인생은 직진이야’라는 심금을 울리는 트로트 곡에서 김국환은 “돌아보지 마. 돌아가지 마. 인생은 직진이야”라고 갈파하였다. 인생, 뭐 있는가. 예술, 뭐 있는가. 무조건 직진이다. 용기는 그 자체로 창의인 것이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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