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NOTICEE-MAIL즐겨찾기추가
커뮤니티
Community


HOME > 커뮤니티 > 공지사항

공지사항

공지사항
  제목 :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피 안 보이는데 더 소름돋는 영화들 | 2013년 08월 28일 13시 56분 27초
조회수 : 1289  
무덥고 짜증나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무서운 영화가 제격이다. 진짜로 무서운 영화는 전기톱으로 사지를 썰어대는 영화가 아니라, ‘내게도 저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영화 ‘주온’을 보고 오싹해지는 이유는 가부키 화장을 한 허연 얼굴의 어린이귀신 때문이 아니라, 내가 덮고 자는 이불 속에 귀신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매우 체감적인 공포 때문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지금부터 최근 내가 가장 무섭게 본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들 영화는 비록 피 칠갑을 하는 장면은 없지만,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창의적이고 변태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

먼저 5월 국내 개봉된 스페인 영화 ‘슬립타이트’. 아파트 경비원인 대머리 중년남자 ‘세자르’가 이 아파트에 사는 여인 ‘클라라’를 짝사랑한 나머지 벌이는 엽기적인 사건을 다룬다.

남자는 황혼녘이 되면 마스터키를 사용해 클라라의 아파트에 당연한 듯 들어간다. 그녀의 침대 밑 공간에 누운 채 숨어 귀가한 클라라가 잠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녀가 잠들면 조용히 침대 밑에서 나와 강력 마취제를 뿌린 손수건으로 그녀의 코와 입을 막아 마취시킨다. 아침이 될 때까지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잔다. 동이 트면 남자는 사라지고,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잠(혹은 마취)에서 깨어난다. 남자는 매일 이런 행위를 반복하며 삶의 행복을 느낀다.

어떤가. 나도 모르는 새 이상한 남자가 침대 내 옆에 누워 잔다니….

이걸로 약하다면 14일 개봉한 ‘숨바꼭질’을 강력 추천한다!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경제적이고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마음에 품어보았음직한 끔찍한 상상들을 고스란히 재연한다. 이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①밤이다. 엘리베이터에 홀로 탄 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까만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얼굴을 완전히 가린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함께 탄다. 층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남자. 공포에 질린 내가 ‘9층’ 버튼을 누르자, 남자는 돌연 ‘10층’ 버튼을 누른다.

②퇴근한 나는 열쇠로 문을 열고 내 아파트로 들어왔다. 왠지 누군가가 집을 다녀간 느낌. 나는 거실 컴퓨터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아파트 내부를 녹화해놓은 영상을 살펴본다. 영상에는 검은 헬멧의 남자가 지금 내가 앉은 바로 이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 순간 등 뒤에서 나는 인기척. 영상 속 그 검은 헬멧의 남자가 지금 피가 철철 흐르는 쇠몽둥이를 든 채 서있다.

③괴한이 미친 듯이 아파트 문을 두드리면서 열려고 한다. 경비와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자물쇠가 간신히 버텨준다. 문 밖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용기를 내어 현관문의 조그만 유리구멍을 통해 밖을 살펴보는 나. 아무도 없구나 하고 안도하는 순간, 괴한의 팔이 현관문 밑 우유투입구를 통해 쑥 들어와 내 발목을 잡는다. 으악!

④드디어 어머니가 아파트를 찾아왔다. 어머니의 소리를 듣고 괴한은 도망쳤다.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 너무도 반갑고 안심이 되는 마음에 어머니를 얼싸안았다. 순간, 아파트 복도 반층 위 계단에서 쭈그린 채 나를 노려보던 괴한. 그는 아파트 문이 열리는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려온 것이다. 문이 열린 틈을 타 괴한은 ‘다다다다’ 하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이 정도로는 더위가 물러가지 않는다는 강심장 독자들을 위하여 2009년 작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마지막으로 추천한다.

잠든 사이 벽에 걸린 액자가 깨지는 등 집안에 뭔가 의심스러운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한 아내와 나. 비디오카메라를 침실에 설치해 잠자는 동안의 침실을 촬영한다. 아침에 일어나 녹화된 테이프를 틀어본다. 귀신같은 건 없었다. 다만 새벽에 스르르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난 아내가 잠든 내 앞에 선 채 고개를 숙여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아내는 꼿꼿이 선 자세로 3시간이 넘도록 나를 내려다보다 다시 시체처럼 잠든다.

아, 나 같은 대한민국 중년남자로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오싹한 장면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아내가 아닌가 말이다.

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인생, 이렇게 꼬여도 되나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이 영화, 이렇게 볼 수도?

TOTAL : 138 , PAGE : 6 / 14
번호 제목 날짜 조회
88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이젠 너희 별나라로 가버려 07-10 775
87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장동건이 우는 이유 07-04 631
86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외설을 예술로 만드는 힘 ‘절실함’에 대하여 05-22 694
85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아들딸들아,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거라 04-24 673
84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이 영화들이 망한 이유 03-13 1049
83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제발 나 좀 내버려둬, 렛 잇 고 02-13 1175
82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가화만사性’ 10-10 953
81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인생, 이렇게 꼬여도 되나 10-10 1151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피 안 보이는데 더 소름돋는 영화들 08-28 1289
79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이 영화, 이렇게 볼 수도? 07-25 1239
이전|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다음

Copyright(C) 2007 ESSAYSKIN All rights reserved.Online Service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691-8 건원빌딩 5층  에세이피부과   원장: 황미란
E-Mail: whangmir@hanmail.net
Tel: 02)3477-3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