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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화차’ 김민희의 섬뜩한 도발 | 2012년 04월 02일 17시 00분 13초
조회수 : 1551  
저 영화는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거지?’ ‘저 여배우는 왜 이 영화에서 특히 연기가 탁월하게 보일까?’ 영화를 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미친 듯이 샘솟는다. 자, 지금부터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드린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혹은 화제가 된 영화계 사건을 둘러싸고 나 혼자 묻고 나 혼자 답하는 ‘셀프 Q&A’!

Q. 얼마 전 ‘건축학 개론’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정말 재미있던데, 저는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썰렁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왜 이렇게 흥행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제목을 달았을까요?

A. 영화 제목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 ‘연애학 개론’이나 ‘사랑학 개론’ 같은 제목을 달거나, 혹은 ‘건축학도, 건축하다 그만 만리장성을 쌓아버리다’ 같은 도발적인 서술형 제목을 달면 당장 관객의 눈길을 잡아끌 순 있겠지요. 하지만 영화의 승부는 결국 ‘입소문’에서 납니다. 오히려 ‘그렇고 그런’ 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재미있을 때, 사람들은 인터넷에 ‘완전 재밌다’면서 난리법석을 떨어 구전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지요.
 
‘소개팅’을 예로 들어봅시다. 못생긴 여자를 친구에게 소개해줄 때는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깊고 착한 내면을 가진 그윽한 여성’이라든가 ‘아버지가 서울 강남에 빌딩 두 채를 가지고 있지만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순진무구한 여자’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엄청나게 예쁜 여자를 소개할 때는 반대 전략이 외려 효과적입니다. ‘그냥 좀 괜찮은 여성’이라고 대충 소개해 보세요. 기대 없이 소개팅 자리에 나간 친구는 깜짝 놀라 당신에게 간이라도 빼주고 싶은 심정이 될 겁니다. ‘건축학 개론’이란 제목은 이렇듯 ‘반전’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이런 제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지요.

Q. 영화 ‘화차(火車)’를 보고 심장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여배우 김민희가 그토록 매혹적이면서도 섬뜩한 연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상상도 못했거든요. 솔직히 말해 그녀의 전작인 ‘모비딕’이나 ‘뜨거운 것이 좋아’ 같은 영화에서는 연기가 그저 그랬거든요. 김민희가 왜 갑자기 달라진 걸까요?

A. 아, 특히 이 영화에서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오열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변영주 감독은 그녀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단 1초도 보여주지 않지만, 미친 듯이 요동치는 그녀의 ‘눈알연기’만으로도 살인의 저주스러운 고통과 욕망이 관객의 피부에 와 닿았으니까요.

이번에 김민희가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그녀가 사랑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유식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욕망의 대상, 즉 ‘타자(他者)’로 기능했다는 것이지요.

영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話者)는 문호(이선균)란 남자입니다. 문호는 결혼을 앞두고 증발해버린 애인 경선(김민희)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추적해가지요. 그러니까 김민희는 무언가를 스스로 ‘말하는’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말해지는’ 미스터리 속 인물이란 얘기입니다. 문호의 시각이 된 관객은 그녀를 자꾸만 더 짐작하고 상상하게 되니, 이 과정에서 김민희에게 굉장한 ‘아우라’라 생겨나는 것이지요.

김민희는 이번에 많은 걸 보여주는 대신 쏙 감춰버리는 캐릭터로 나왔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녀가 더 많은 걸 보여준 것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자는 ‘잊혀진 여자’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상상 속 여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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