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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김연수 "빨래 널어 놓은 거 보고 소설가 될 결심했다" | 2017년 08월 19일 13시 03분 41초
조회수 : 261  
작가는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쓰기 이전에, 아니 쓰기 위해 읽는 사람이다. 결국 백지에, 그 백지를 메운 흔적을 묶은 책에, 그들이 쏟아놓는 것은 자신들의 생 체험과 독서 이력이 뒤섞인 어떤 덩어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시대의 작가들은 요즘 어떤 책에 꽂혀 있을까. 그들 글쓰기의 뿌리에서 자양분 역할을 하는, 작가가 읽는 책 얘기를 작가로부터 직접 듣는다. 그들의 작업실을 찾아가서다. 표정과 육성이 살아 있는 책 소개, '작가의 요즘 이 책'이다. 1시간가량 동영상 촬영분을 10~15분 길이로 편집해 생생히 전한다. 영상에 못 담은 얘기는 기사로 함께 소개한다. 세 번째 순서는 '프로 소설가' 김연수다. 여기서 프로는 돈 잘 버는 프로가 아니라, 나날이 실력 향상을 꾀하는 철저한 자세를 소유한 프로에 가깝다. 이런 닉네임이 생긴 것 자체가 그에 대한 관심과 신뢰의 표현이다. '작가의 요즘 이 책'은 격주 토요일 아침마다 업데이트된다. 지금까지 김훈·정유정을 차례로 소개했다. 

돌이켜 보면 21세기 첫 10년 김연수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에게 동서문학상을 안긴 2001년 화제작 『꾿빠이, 이상』을 시작으로 약 10년 간에 걸쳐 국내 굵직한 문학상을 한 해 걸러 하나씩 쓸어담았다. '쓸어담다'라는 비문학적인 표현이 적절해 보일 만큼 그는 기세가 거침 없었다. 2003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2005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대산문학상을, 2007년 단편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접수했다. 혹시 상습적인 프로 수상자? 순전히 소설만 팔아 먹고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라는 얘기가 솔솔 피어난 것도 그 언저리 언제쯤이었던 것 같다. 가령 한 해에, 물론 전력을 다해 써야겠지만, 소설책 한 권을 내면 그 책이 수만 부 팔려 그 인세수입만으로도 풍족까지는 아니겠지만 얼마든지 생활을 할 수 있는 작가가 김연수라는 얘기였다. 

이런 시간들을 통과하며 시나브로 구축된 김연수의 또 다른 이미지는 지적인 작가라는 것.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는 작가라는 것. 청소년 시절 김연수를 읽으며 성장한 여성 독자가 결혼·출산을 경험한 성숙한 여인이 되서도 김연수의 책을 사본다는 자못 '흐뭇한' 얘기였다. 어떤 자리에선가 김연수로부터 그런 얘기를 직접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기는 그런 독자를 발견할 때 가장 기쁘다는. 오랜 시간 충성심이 변치 않는 아이돌팬과 다름이 없잖나. 

여성 평론가 허윤진이 김연수의 2013년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붙인 해설 한 대목을 그 증거사례로 인용해도 될 것 같다. 여성 독자들의 김연수 사랑 말이다. 
 " 김연수의 소설에서는 설명하기는 어려운 남성과 여성의 어법 차이가 자연스럽게 표현될 때가 많다. 그가 상상해낸 여성 인물들은 문화적인 편견의 소산처럼 보이지도 않고, 막연히 신비화되어 있지도 않다. 김연수는 자신과 다른 성(性)을 가진 존재를 아주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있어서, 그가 들려주는 모든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귀 기울일 만하다…."
 요컨대 여성만큼 여성을 잘 아는 남성이라는 얘긴데, 괜한 심통이 아니라, 이런 남성이 언제나 동성들의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김연수의 작업실을 찾은 건 5월 하순. 경기도 일산의 복층 오피스텔. 어둑한 조명에 기타, 기대 쉬기 적당해 보이는 소파…. 페르시아산 물담배라도 피워야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복층 천장까지 5~6m 높이는 족히 돼 보이는 맞춤 서가를 가득 채운 수천 권의 책들은 이 작가의 자존심.
 근황, 소개할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당신에게 책이란, 소설이란 어떤 존재인가", 근본주의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장황한 대답이 돌아왔다. 
 "책이나 소설은 다른 사람 머릿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하는 도구인데요, 아마도 그 기술이 굉장히 발달하면 가상 체험을 시켜줄 거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인생을 사는 거죠, 뭐. 이순신의 인생을 살 수도 있는 거구요…현대소설이 이제까지 계속 노력했던 게 말하자면 애플이나 이런 데 엔지니어들이 노력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가상체험을 진짜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에 성공한 사람들이 소설의 영웅들이죠. 제가 좋아하는 플로베르나 톨스토이 이런 사람들요…."
 그러니까 종이책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소설은 요즘 최첨단 가상현실(VR) 체험처럼 타인의 인생 경험, 속마음을 실감 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신기술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거라면 소설을 그때그때 적당히 읽으며 즐기면 되지 예술성·문학성 운운하며 고매한 영역으로 떠받들 건 뭐란 말인가. 김연수는 소설 안에 재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소설은 감정이입의 장르인데, 감정이입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게 될 때 전체적인 사회적 효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거였다. 쉽게 말해 오해와 무시 끝에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다툼이나 갈등,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였다. 물론 타인의 처지를 100% 이해하는 게 실현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이해 노력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게 김연수의 생각이었다. 불가능에의 도전, 혹은 늘 도달하려고 애쓰지만 언제나 모자라거나 초과하는 어떤 상태. 삶이나 예술을 사는 다른 이들의 태도에서도 드물지 않게 접해온 포즈들인데, 희귀하지 않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김연수 소설에서 여성들을 사로잡는 모종의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면, 그런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간절한 마음이 그 출처일 것이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지금까지 쓴 많은 작품 가운데 어떤 게 가장 눈에 밟히느냐고 묻자 김연수가 꼽은 소설이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제해준 작품이라나. 허윤진이 해설을 붙인 소설집의 표제작 단편이다. 허윤진의 분석대로 이 소설 속 여성 인물은 정확하게 똑같은 사연을 가진 누군가가 실존해 있을 것만 같을 정도로 인공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여성은 남성 화자의 이모인데, 이모는 간절한 평생의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다. 사랑에서 인생의미를 찾는 이모의 인생관을 요약한 게 다음 문장이다. 
 "그러니까 죽은 순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얼굴이 평생 사랑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그건 불행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당신은? 당신 앞 혹은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한 김연수에게 항상 질 수밖에 없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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